"왼쪽이 오수, 오른쪽이 배수예요." 고객님이 앞 업체에게 들으신 설명이었습니다. 그 말대로 오른쪽 집수정부터 손댔습니다. 아무 변화가 없었습니다. 되짚어 보니 오수라던 쪽에 기름 슬러지가 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셨나요?
- 건물 밖에 집수정이 여러 개인데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 전에 왔던 업체 말대로 했는데 나아지는 게 없다
- 집수정 안이 오물로 가득 차 손댈 엄두가 안 난다
다행이었던 것 — 1층이 주차장이었습니다
동탄의 필로티 구조 빌라였습니다. 1층은 주거 공간이 아니라 주차장이고, 2층부터 사람이 삽니다.
역류는 1층에서 진행됐습니다. 덕분에 세대는 피해를 보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같은 양이 위층에서 터졌다면 이야기가 달랐을 겁니다.
다만 1층 상황은 이미 심했습니다. 물이 넓게 퍼져 있어서 빗자루로 쓸어내고 눈삽으로 고인 물을 치우고 나서야 작업할 자리가 나왔습니다.
1층에는 A동·B동 두 개의 하수구가 있었고 두 곳 모두에서 역류하고 있었습니다. 건물 밖 집수정과 가까운 A동부터 시작했습니다.
첫 시도 — 스프링, 그리고 흡입
막힌 구간에 길을 내려고 전동 스프링부터 넣었습니다. 꽤 많은 길이를 넣었는데도 물이 빠질 기미가 없었습니다.
배관 상태를 정확히 보려면 물부터 치워야 했습니다. 흡입기로 차 있던 물을 빼내고 내시경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물과 기름 슬러지가 뒤섞여 있어 화면으로는 안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스프링을 넣다 보면 관이 일자가 아니라 T자로 갈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스프링이 집수정 쪽으로 나가야 하는데 자꾸 다른 배관으로 빠져 막힌 구간에 닿지 못합니다. 그래서 내시경으로 확인합니다.
들은 대로 해봤습니다
건물 밖으로 나가니 집수정이 두 개 있었습니다.

고객님이 알려주셨습니다. 앞 업체에서 왼쪽은 화장실 용변이 나가는 오수, 오른쪽은 생활용수가 나가는 배수라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싱크대에서 넘친 물이니 배수 쪽입니다. 그래서 오른쪽 집수정을 열고 전동 스프링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계속했는데도 물은 그대로였습니다. 나아지는 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되짚기 — 관로 탐지
다시 내시경을 넣고, 관로 위치 탐지기로 배관이 실제로 어디를 지나는지 찾기 시작했습니다.

탐색하던 중 "오수"라고 들었던 왼쪽 집수정이 의심됐습니다. 열어 봤습니다.
처음에는 오수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기름 슬러지가 섞여 있었습니다.
용변만 나가는 관이라면 기름이 뜰 이유가 없습니다.
오수관과 배수가 둘 다 묶여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배수"라고 알고 있던 오른쪽은, 실제로는 우수관이었습니다.
앞 업체가 알려준 구분이 반대였던 셈입니다. 그 말대로 작업한 시간이 그대로 지연으로 남았습니다.
두 번째 벽 — 퍼내 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계통은 잡았는데 이번엔 집수정 안에 오수와 이물질이 너무 많이 쌓여 작업할 환경 자체가 안 됐습니다.
고객님께 정화조 업체에 연락해 퍼내 달라고 요청드리고, 다음 일정을 잡고 그날은 물러났습니다. 마무리하지 못하고 나오는 게 영 개운치 않았습니다.
그다음 주에 다시 갔습니다.
가서 들은 말이 뜻밖이었습니다. 정화조 업체가 "집수정에 쌓인 오물은 취급하지 않는다"며 그냥 돌아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열어 보니 지난주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결국 바구니로 퍼냈습니다
여기서 접을 수도 있었지만, 지난번에 못 끝내고 온 게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
흡입기를 대 봤지만 너무 굳고 질어서 빨려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방법이 없어 바구니로 직접 퍼냈습니다.

퍼낸 것이 이만큼이었습니다.

퍼내고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퍼낸 자리에서 바로 통수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스프링 — 수위가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겨우 자리를 만들고 전동 스프링부터 다시 넣었습니다.

작업하면서 막힌 구간이 가까워진 것이 느껴졌고, 그 지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그러자 역류했던 자리의 수위가 눈에 띄게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고압세척 — 길을 열었으니 벽을 씻습니다
스프링으로 길은 열렸습니다. 하지만 관 벽에 붙은 기름 슬러지는 그대로입니다. 그것까지 빼내려면 세척이 필요합니다.

고압세척은 저희가 임의로 진행한 게 아닙니다. 사전에 고객님과 상의드린 부분이었고, 집수정에 쌓인 오물과 기름 슬러지를 직접 보신 뒤라 충분히 납득하신 상태였습니다.
세척하면서 나온 것이 이렇습니다.

이게 관 안에 붙어 있었습니다. 두 번 걸음 한 게 그제야 풀렸습니다.
덧붙여
작업하는 내내 주민분들이 음료와 커피를 챙겨 주셨고, 인사하고 가려는 걸 붙잡아 식사라도 하고 가라고 해주셨습니다. 두 번 오게 된 현장이었는데 오히려 저희가 더 받고 왔습니다.
알아두면 좋은 점
- 배관이 마지막에 어디로 나가는지부터 확인합니다 — 집수정 위치를 아는 것이 진단의 시작입니다
- 어느 집수정이 무슨 관인지는 직접 열어 확인합니다 — 앞 업체가 알려준 오수·배수 구분이 반대였고, 그 말대로 한 작업이 그대로 지연이 됐습니다
- 기름이 뜨면 오수관만은 아닙니다 — 용변만 나가는 관에 기름이 뜰 이유가 없습니다. 계통이 묶여 있다는 신호입니다
- 집수정이 여러 개면 직접 열어 봅니다 — 표시나 설명보다 눈으로 본 것이 빠릅니다
- 관로 탐지는 되짚을 때 씁니다 — 화면이 안 보여도 배관이 어디로 가는지는 찾을 수 있습니다
- 퍼내고부터가 작업입니다 — 굳고 진 오물은 흡입기로 안 빨립니다. 퍼낸 그 자리에서 통수를 시작합니다
- 스프링으로 길을 내고, 세척으로 벽을 씻습니다 — 순서를 바꾸면 둘 다 제대로 안 됩니다
- 세척은 먼저 상의드립니다 — 안에 무엇이 쌓였는지 직접 보시면 설명이 짧아집니다
동탄 인근이라면
경기 화성 동탄 일대 출장합니다. 세척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도 경로부터 확증한 사례는 역삼동 하수구(맨홀부터 열기) 작업기에, 들으신 원인이 실제와 달랐던 사례는 정릉동 하수구(공사 파손 반증) 작업기에, 집수정과 배관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추적한 사례는 죽전 하수구(우수 집수정 추적) 작업기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